우연이 가져다준 작은 기쁨, 그리고 확률의 신비

5시 30분, 핸드폰 알람이 울린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 핸드폰 알람 소리에 눈을 뜬다. 여전히 몸은 피곤하지만, 이른 아침부터 수영을 하러 가기로 결심한 이상 다시 눕고 싶다는 유혹을 떨쳐내야 한다.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수영 가방을 들고 랑이랑 함께 집을 나선다.

밖으로 나가니 어제부터 불기 시작한 찬바람이 손끝을 스치며 싸늘하게 다가온다. 본격적인 봄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겨울이 오는건가? 손이 시릴 정도로 날씨가 쌀쌀해졌지만, 이른 아침의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한 걸음 한 걸음 수영장으로 향한다.

 

반복되는 일상 속의 작은 우연

수영장에 도착해 입구에서 바코드를 찍고, 번호표를 받았다. 그런데 문득 눈길이 가는 것이 있었다.

"어? 어제랑 같은 번호네!"

순간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 락커가 300개나 되는데, 어떻게 두 번 연속으로 같은 번호를 받을 수 있지? 어쩌면 이건 작은 행운이 아닐까?

"로또라도 사야 하는 거 아니야? ㅎㅎ"

장난스러운 농담이 절로 나왔다. 평소라면 별 의미 없이 지나쳤을 수도 있는 작은 우연이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이 조금 들뜨는 기분이었다. 우리는 보통 예상하지 못한 일이 반복되면 그것을 특별한 의미로 해석하고 싶어 한다. 두 번 연속 같은 번호를 받는 일이 대단한 일은 아닐 수도 있지만, 기분 좋은 우연으로 받아들이면 하루를 조금 더 즐겁게 보낼 수 있는 것 아닐까?

 

확률의 세계, 같은 번호를 받을 확률은?

그렇다면 정말로 같은 번호를 연속으로 받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수영장의 락커 개수는 총 300개. 아무 번호나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첫날 어떤 번호를 받든 둘째 날에도 같은 번호를 받을 확률은 1/300, 즉 0.33%다.

수치로 보면 아주 낮은 확률이지만, 절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확률이 1% 미만이라고 해서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생각보다 이런 일이 종종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복권 1등 당첨 확률은 814만 분의 1인데도 매주 당첨자가 나오지 않는가? 그렇다면 두 번 연속 같은 락커 번호를 받는 것이야말로 충분히 현실적으로 가능하다.

만약 한 달 동안 매일 수영장을 간다면, 최소한 한 번쯤은 같은 번호를 받을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확률적으로 따지면, 30일 동안 방문했을 때 적어도 한 번 같은 번호가 나올 가능성은 상당히 증가한다. 이는 확률적 독립 사건과 관련이 있다. 첫 번째 날 어떤 번호를 받았든, 두 번째 날 같은 번호를 받을 확률은 여전히 1/300이지만, 방문 횟수가 많아질수록 ‘언젠가는 같은 번호를 받을 가능성’은 점점 커진다.

 

작은 확률이지만 특별한 의미가 될 때

인생에서 만나는 작은 우연들은 때때로 예상치 못한 기쁨을 가져다준다. 우리는 흔히 "이럴 확률이 얼마나 되겠어?"라고 말하며, 낮은 확률의 일들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일들이 실제로 발생하면 신기하게도 평범한 일상이 조금은 특별하게 느껴진다.

이른 아침부터 힘겹게 눈을 뜨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나섰던 수영장. 늘 하던 대로 바코드를 찍고 번호표를 받았을 뿐인데, 연속으로 같은 번호를 받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하루가 조금 더 유쾌하게 시작되었다. 우리가 인생에서 만나는 작은 우연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때, 평범한 일상도 조금 더 즐겁고 의미 있는 순간으로 변할 수 있다.

오늘, 나는 하루 종일 기분 좋은 생각을 할것같다. 그리고 장난처럼 했던 말이지만, 진짜로 로또 한 장을 사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정말로? 작은 행운이 이어질지도 모르니까. 😊🍀